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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잘 해결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는 뭐가 다를까?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기에 지방자치를 시작했는데 북부와 남부의 경제 성장 속도가 확연히 달랐던 이탈리아. 역사적으로 시민들에게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해요. 지금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있네요.

사람, 돈 말고도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고?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이 있다. 물적자본, 인적자본 등 기존의 자본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개인, 조직, 사회 내 구성원 간 관계를 토대로 형성된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사회자본이 풍부하게 형성된 공동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효과적으로 해결해낼 수 있으며, 따라서 같은 제도 하에서도 전혀 다른 국가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회자본론자인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은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기이한 현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바로 이탈리아의 지방자치제도 이후를 실증분석한 유명의 저서, 「Making Democracy Work」(1993)이다.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운명이 갈린 이유

퍼트남은 이탈리아 남북부가 동시에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부는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룩한 반면 남부 지역은 그렇지 못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남북부가 가진 서로 다른 시민사회의 전통과 경험에서 찾아낸다.
북부는 본디 몇 개의 공동체적 성질을 가진 공화국들이 수립되어있어 강한 시민참여 전통이 있어온 데 반해, 남부는 하나의 강력한 군주제로 이어져온 바 시민자치에 있어서 내재된 역사와 역량이 달랐던 것이다. 그로 인해, 북부의 사람들은 보다 효율적인 지방자치제도를 실현할 수 있었고, 집합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남부보다 더 평등하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대응할 수 있었다. 반면 남부에서는 홉스적인 수직적 권위주의와 통제가 중심이 되어오면서 유연한 대응이 어려웠으며, 이러한 사회적 맥락의 차이로 인해 남북부 간 경제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이후 이어진 여러 실증분석들에서는 사회자본이 한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좌우함은 물론, 공동체의 성장, 사회의 형평성, 빈곤탈출, 사회적 거래비용 감소, 나아가 개인에게 주어지는 사적 편익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자: 천지은
저자가 파이퍼 에디터로 작성한 글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파이퍼 플랫폼이 론칭된 후 읽으실 수 있습니다.